
이신애, 〈서점에서 일할 미래의 인턴에게 과거의 인턴이, 그게 나야〉, 2021, 20장의 인쇄제본물과 사진프린트, 가변 크기.
〈서점에서 일할 미래의 인턴에게 과거의 인턴이, 그게 나야〉는 20장 분량의 손바닥만 한 책자와 금색 액자에 넣은 기념사진으로 이루어져 있다. ‘웹사이트 업로드용 사진과 비디오 촬영하기’ 같은 실무적인 일부터 ‘정시에 도착하기’처럼 웃음이 나오는 사소한 일까지, 책자에는 작가가 프랑스의 한 서점에서 인턴으로 일하며 체득한 ‘꿀팁’이 들어있다.
글로 적어 내린 업무들은 일시적인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 인턴의 존재를 드러낸다. 작가는 자신을 이어 일할 새로운 인턴을 위해 한 자 한 자 도움말을 남겼다. 작지만 사랑으로 가득한 책자를 읽다 보면 낯선 업무를 시작하며 두려워하는 이의 등을 두드려 주고자 하는 작가의 손길이 느껴진다. 그 손길은 작가가 자신을 위로하는 것이기도 하다.
미래의 인턴이 현재의 인턴이 되고, 현재의 인턴이었던 작가가 과거의 인턴이 되는 순간, 두 사람은 짧은 시간을 공유하고 어색하게 웃으며 기념사진을 찍었다. 밝고 경쾌한 오렌지색 책자와 함께, 그 순간에 그들이 함께 있었음을 기억하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