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혜수, 〈안부 인사〉, 2022, 천에 인쇄, 가변 크기.
권혜수는 일상에서 쉽게 마주할 수 있는 것을 통해 주변 사람들과 관계 맺으려 한다. 〈안부 인사〉는 어느 아파트 단지에 붙어있던 수십 장의 공고문을 찍어 천에 프린트한 작품이다. 가만히 살펴보면 글씨 모양, 크기, 색부터 가끔 보이는 오탈자 사이에서 누군가 작성한 흔적이 드러난다.
보통 공고문은 ‘특정한 사항을 공개적으로 알리는 공적 문서’이다. 다소 일방적인 통보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이곳저곳 붙어 있는 이 낱장의 종이는 어떤 소식을 알리기도 하고, 어떤 사안과 관련하여 남들을 배려하자고 호소하기도 한다. 이를테면 매번 날짜만 바뀌는 명절 인사와 과일•야채 쓰레기 수거함에 음식물쓰레기를 버리지 말 것을 요구하는 협조문이 그 예다.
때로는 간단히, 또 누군가에게는 상투적으로, 편히 지내는지 혹 그렇지 않은지를 묻는 안부 인사는 형식이 어떠하든 상대를 향한 관심과 애정이 담긴 행위이다. 늘 본체만체 지나치기만 하던 공고문이 다른 이와 마음이 동하는 접점이 된 것처럼, 그 밖의 “사랑스러운 부스러기” 또한 일상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