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병준, 〈자명리 공명마을〉, 2019, 위치인식헤드폰, 가변 크기.

비대면 서비스가 만연한 요즘, 타인과 눈을 맞춰 인사하려면 왠지 부담스럽고 민망하다. 게다가 주변 소음을 억제하는 ‘노이즈 캔슬링’을 적용한 이어폰이나 헤드폰은 공간과도 분리된 느낌이 들게 한다. 사람과 사람 간의 접촉은 고사하고 평범한 인사치레조차 거르는 게 현실이다. 권병준은 우리도 모르게 서먹해진 이런 관계를 다시 잇고자 한다. 
작가가 제작한 무선 헤드폰을 쓰면 소리(작가가 만든 음악, 녹음한 음향 등)가 들린다. 전시장을 거닐다가 다가오는 관객과 마주했을 때 서로 고개 숙여 인사하면 나의 소리와 상대방의 소리가 한데 얽힌다. 점차 내 헤드폰에서 나오던 소리는 사라지고 상대방의 소리가 들려온다. <자명리 공명마을>은 개인과 개인이 만나는 순간 비로소 들리는 서로의 소리에 귀 기울이게 한다. 혼자 듣던 소리를 누군가와 공유하려 할 때 서로를 마주하는 바로 그 찰나가 있어야 한다. 이처럼 간단한 동작과 귀로 오가는 소리의 교감 안에서 새로운 소통 방식을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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